top of page

4편. 火锅– Z시대의 훠궈

이제는 한국에서도 인기 음식이 된 훠궈. 저도 중국에서 제일 좋아하는 음식을 하나만 꼽으라면 당연 훠궈를 꼽습니다. 중국인들에게 훠궈란 어떤 의미일까요? 역사적으로는 전국시대부터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해 청나라에 이르러서는 일반 대중을 넘어 황실에서까지 사랑받는 요리인 훠궈. 큰 탕을 가운데 두고 둘러앉아 각자 기호에 맞는 음식을 담가 익혀먹는 훠궈는 누구와 모여도 함께 먹을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사랑받는 중국인들의 소울 푸드로 여겨집니다. 한국인들에게는 [하이디라오]라는 유명 브랜드가 익숙하기도 하죠. 전통 음식이기도 하지만 젊은 세대들에게도 사랑받는 훠궈는 최근 떠오르는 소비 세대인 Z세대를 만나 더욱더 트렌디한 면모를 보이며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최근 중국의 외식 트렌드인 훠궈의 변신에 대해 이야기 해볼게요.


Z세대를 잡기 위한 5가지 전략


첫 째, 젊은이들의 다카(打卡) 핫 스팟


훠궈 집에 훠궈만 먹으러 가나요?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해진 요즘. 먹기 전에 사진 안 찍으면 인싸가 아니죠. 중국에서도 이런 의미로 쓰이는 신조어가 있는데 바로 ‘打卡daka‘라는 말입니다. 우리말로 치면 인증샷, 출첵과 같은 의미인데요. 최근 Z세대들은 유명한 맛집이나 핫 스팟이 생기면 ‘다카’를 하러 갑니다. 훠궈 집이라도 예외는 아닙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추어 최근 생기는 훠궈 브랜드들은 그냥 맛만 있어서는 승부를 보기 어렵습니다. 훠궈집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독특한 컨셉과 테마로 시선을 사로잡아야 합니다. 찍을 꺼리가 있어야 함은 물론입니다. [吼堂老火锅HOUTANG HOTPOT]는 마라 훠궈의 본 고장인 사천 청도 컨셉의 전통 훠궈 브랜드입니다. 최근 중국에도 복고트렌드와 중국풍, 고전 의상(한푸)이 한창 유행이기 때문에 1930년대 청도를 배경으로 복고적인 어두운 조명아래 테이블도 식 기구도 예전 청도 스타일의 낡은 나뭇결을 그대로 활용하여 마치 고전 영화 속에 나오는 훠궈 집에 들어선 듯이 시대의 풍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天台月光帐篷火锅tiāntáiyuèguāngzhàng‧peng]는 또다른 이색적인 공간을 연출해 최근 핫스팟으로 떠오른 훠궈 브랜드인데요. 요즘 해외 여행이 어려운 젊은 세대들에게 캠핑이 각광을 받자, ‘캠핑장에서 먹는 훠궈’를 컨셉으로 야외에 글램핑 텐트안에서 훠궈를 즐길 수 있습니다. 시원하게 뚫린 야외에서 색다른 경험은 물론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글램핑 조명을 배경삼아 인증샷을 남기기에 최고의 장소이죠.

4편. 火锅– Z시대의 훠궈

두 번째, 체험과 리추얼


먹고 사진을 남기는 일도 중요하지만, 요즘 젊은이들이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의식감ritual’. 소중한 하루하루를 그냥 흘려 보내고 싶지 않은, 그리고 소확행을 즐기고 싶은 Z세대들은 별것 아닌 것 같아도 나만의 의식을 참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谭鸭血tányā xuè]는 훠궈의 탕을 붓기 전에 빨간 띠를 개봉하는 ‘开鸿运kāihóngyùn ’의식을 진행합니다. 开鸿运는 ‘행운을 연다’는 의미로 홍탕을 끓이기 전 손님이 직접 빨간 띠를 개봉하게 함으로써 행운과 함께 훠궈를 즐겁게 먹는 하나의 리추얼입니다. 최근 핫 한 [贤合庄xiánhézhuāng]에서는 라오훠궈의 컨셉답게 어린 시절의 기억을 회상하게 하는 의식이 있는데요. 어릴 때 구르마가 동네를 돌아다니며 두부, 만두, 엿 등을 팔았던 것처럼, 테이블 사이로 카트를 밀며 징을 치고 작은 그릇의 요리를 파는 의식입니다. 마치 어린시절 종소리가 들리면 나가 두부를 사왔던 것처럼 말이죠. 이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브랜딩을 잘 해왔던 상하이의 오가닉 컨셉 훠궈점인 [齐民市集qímínshìjí]은 야생 버섯을 직접 잘라 먹는 리추얼로 유명합니다.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브랜드의 컨셉처럼, 신선함을 그대로 전하기 위해 유기농 마켓을 함께 운영하는 것 뿐 아니라 식탁에서 직접 자연을 셀프 수확해 먹는 것같은 체험으로 컨셉을 몸소 느끼도록 하였습니다.

4편. 火锅– Z시대의 훠궈

세 번째, 시그니처 디저트


훠궈를 먹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진한 향료의 훠궈를 먹고 나면 자연스럽게 달달한 디저트를 먹어줘야 한끼의 훠궈 식사가 완성되지요. 최근 훠궈 브랜드들은 자기만의 특색 있는 시그니처 디저트를 개발하여 젊은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어디나 대략 비슷비슷한 맛인 훠궈보다는 디저트를 먹으러 가는 격입니다. [卤校长lN xiàozhIng]는 12가지 무제한 무료 디저트로 유혹합니다. 종류도 12가지 그것도 그냥 무료로 주는 음료 정도가 아닌 아주 섬세하게 디자인된 디저트입니다. [coucou]는 밀크티로 더 유명하죠. 따로 밀크티만 배달시켜 먹을 정도로 훠궈집의 시그니쳐가 되었습니다.

4편. 火锅– Z시대의 훠궈

네 번째, 연예인&캐릭터IP 콜라보


요즘 중국에서는 연예인 팬클럽과 IP를 빼고 마케팅을 이야기 할 수 없을 정도로 마케팅 효과가 대단한데요. 훠궈브랜드 역시 넘쳐나는 경쟁의 차별화를 위해 연예인과 IP를 활용합니다. [贤合庄]는 연

예인 훠궈브랜드로 유명하죠. 3명의 연예인이 공동창업한 브랜드로 오픈 초반에 많은 동료 연예인들이 홍보에 합세하면서 연예인 훠궈집으로 유명세를 탔습니다. [谭鸭血] 역시 연예인이 오픈한 훠궈브

랜드로 연예인 홍보의 덕을 보고 있는 브랜드입니다. 종합 예능의 장소로도 활용되면서 많은 연예인들이 다녀가 打卡를 하고 빨간띠를 떼는 인증샷으로 홍보하고 있죠. 더욱이 [谭鸭血]는 오리피로 유

명한 훠궈집으로 오리피를 형상화한 IP 캐릭터를 직접 만들어 이모티콘 등 홍보 캐릭터로 활용하면서 상징적인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4편. 火锅– Z시대의 훠궈

다섯 번째, 개성있는 이색 훠궈


이밖에도 기존 훠궈와는 다른 차별화된 이색적인 맛을 추구하는 훠궈도 늘어나는 추세인데요. [23℃不太冷椰子鸡火锅]는 코코넛워터가 탕의 주 재료인 훠궈집으로 기존의 자극적인 맛의 훠궈가 아닌 담백하고 건강에 좋은 훠궈를 컨셉으로 합니다. [就是泰Just Thai]는 태국 훠궈브랜드로, 똠양꿍탕 등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태국의 향을 맛볼 수 있는 훠궈입니다. 이밖에도 베이징덕과 접목한 [京炉jīnglú], 보양식으로 먹는 花胶(물고기의 부레)를 탕으로 한[老房火锅lIo fáng huLguō] 등 훠궈의 변신은 끝이 없네요.



이렇듯 훠궈 브랜드의 변화만 살펴보아도 Z세대의 트렌드를 알 수 있습니다. 개성이 넘치고 자유분방한, 오래된 중국의 문화를 사랑하는, 연예인에 목숨 거는, 하나를 먹어도 의식감이 중요한, 유명한 곳은 꼭 가서 인증해야하는, IP와 콜라보를 좋아하는, 새로운 체험을 중요시하는, 외식은 하나의 소확행인 이 세대들의 특징이 훠궈 브랜드에 종합 예술처럼 담겨있네요. 훠궈는 중국인들의 생활에서 뗄 수 없는 소울 푸드인 만큼, 이러한 트렌드는 하나의 유행이 아닌 정통성에 기반을 둔 차별화를 거듭하며 발전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bottom of page